내쇼널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하고 ‘3초 빙산’으로 회자되었던 바다속 비닐봉지 사진이 생각나네요. ‘비닐’ 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섬유공예를 전공하면서 새로운 작업을 고심하다가 우연히 ‘비닐’이라는 소재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특히 해외에서 그 나라의 비닐봉지를 모아오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외국은 한국보다 색깔, 타이포, 디자인이 특이한 비닐봉지가 정말 많거든요. 어느 날 그동안 모은 비닐을 정리하는데, 그 각양각색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이 비닐을 사용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중 비닐의 열가소성을 활용해서 여러 겹의 비닐에 열과 압력을 가해 한 겹의 새로운 원단으로 만드는 ‘열 압착 기법’을 작업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가볍고 방수성이 강한 비닐의 소재적 장점은 살리면서, 잘 찢어지고 늘어나는 성질을 극복한 소재가 탄생하게 됩니다. 열로 인해 자연스럽게 비닐 표면이 수축하면서 생기는 불규칙적인 주름들은 마찰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고, 또 그 자체로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요. 그래서 희의 제품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분들은 보통 ‘이거 한지에요?’, ‘무슨 가죽 쓰셨어요?’라고 물어보시곤 하는데요. 비닐이지만 비닐 같아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어요. 비닐뿐만 아니라 다른 플라스틱 소재를 조합해 제가 원하는 두께, 질감, 색상, 디자인을 가진 다양한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제작 과정의 큰 장점이자 재미라고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