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클리프 브랜드명이 너무 귀엽게 입에 붙어서 어떻게 만드셨나 했더니~ 업사이클을 또 업사이클했다고 해서 인상적이었어요. 큐클리프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요~?
‘지인이 선물해준 아끼던 우산이 고장이 났는데, 버리기가 아까워 파우치로 만들었더니, 가볍고 생활방수도 되어 제품화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을 계기로, 하나둘씩 폐자원을 모아 제품을 만들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라고 보통 간단히 말씀드리곤 하는데요~^^ 사실, 제 안에 훨씬 오래전부터 의미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던거 같아요
사업 시작전에 저는 가방 디자이너였습니다. 직장 생활중에도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등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마음 한 쪽은 늘 뭔가 허무함이 있었어요. ‘이 감정이 뭘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대로 괜찮을까?’ 라는 답이 없는 자문을 던지곤 했죠. 그러던중, 어느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지에 있는 ‘탐스TOMS고객이 신발 하나를 사면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하나를 기증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 속 파장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했어요. 또 하루는 시장조사를 나갔다가 ‘프라이탁Freitag버려지는 트럭덥개에 아트를 더해 업사이클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을 보게 되었어요. 같은 가방인데 제품이 주는 의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제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남자친구(현공동대표)와 같이 시장조사를 다니며 제품 분석하는 걸 좋아했는데,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고민이 되었지만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 때 저의 베스트프렌드 프로필 사진이 또 다른 계기로 다가왔습니다. 제 베프는 한국수출입은행에 다니면서 제 3국 지원 사업을 하는 커리어우먼이었고, 또 프사에 글사진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낭만파인데, 당시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 라는 시를 올렸더라구요. 쭉 읽다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라는 부분에 꽂혔어요. 결국 하늘의 뜻이라 믿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큐클리프는 플리마켓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시작한 브랜드라 본격적인 런칭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업사이클 브랜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와우~ 간단 버전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얘기를 들려주셔 영광입니다. 오랜 시간의 고민들이 저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옆에서 지켜보니 업사이클 제품 제작은 유독 창의성이 요구되고, 물리적인 에너지 소모도 많은 영역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일하면서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요?
디자인 스케치를 먼저 하고 소재를 찾는 일반 제품과 달리, 업사이클은 정해진 소재의 물성에 맞게 제품을 디자인 해야하기 때문에, 때때로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업사이클 디자인의 묘미이기도 하죠~ 연구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수거→선별→세척→1/2차재단→재봉 등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버려진 소재내에서 상대적으로 멋진 그래픽을 찾아서 한 장씩 재단해야하는 등 수작업도 많은 편이구요. 소재 수급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재활용 선별장에 직접 찾아가서 파리들과 함께 폐자원들을 수거했어요. 요즘도 상황에 따라 직접 수거하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최근들어 저희 취지를 이해하시고 소재를 기증해 주시거나 새로운 폐자원 소재를 제안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 수거 시간을 아껴 디자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사이클이 쉽지 않은 분야라는건 창업 초기 이미 각오했던 부분이라,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